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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물가안정의 라스트마일?

언론사 : 머니투데이 │ 보도일시 : 2024. 02. 07

기사 원문 링크 : http://news.moneytoday.co.kr/view/mtview.php?no=2024020613443147466&type=2
[머니투데이 장보형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먹구름이 자욱하던 세상에 점차 서광이 비치는 걸까. 인플레이션 위기와 고강도 통화긴축에 흔들리던 세계 경제의 성장전망이 조금씩 상향조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지난해 10월의 2.9%에서 3.1%로 높였고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해 11월의 2.7%에서 2.9%로 인상했다.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수정방향이 엇갈렸지만(IMF 2.1%→2.2%, OECD 2.3%→2.2%) 대체로 2%대 초의 회복세는 무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IMF는 이번 전망을 통해 세계 경제를 둘러싼 "먹구름이 옅어지기 시작했다"며 "인플레이션이 꾸준히 하락하고 성장이 견조하게 유지되면서 연착륙을 향한 최종 하강을 개시했다"고 평가했다. 내내 의문시된 '연착륙'(soft landing) 전망을 공개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전망에도 "확장속도는 여전히 더디고 각종 소란이 앞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단서가 붙었다. 연착륙의 성공이 아니라 연착륙을 향한 최종 하강의 시작일 뿐 아직은 막중한 인내와 신중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물가안정의 라스트마일'(the last mile of disinflation)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본래 장거리 경주에는 마지막 고비가 더욱 힘들고 어려운 법이다. 역사적으로도 물가안정의 막바지에 성급한 금리인하 등 방심이나 실기로 무너진 경우가 많았다. 지금까지 물가완화는 주로 일시적인 공급충격의 되돌림, 즉 기저효과 영향이 크다. 중요한 것은 공급충격이 수요나 경제 전반, 특히 서비스와 임금에 미친 파급효과인데 여기서 아직 물가안정을 자신하기 힘들다. 그동안 중앙은행의 단호한 대응으로 물가불안 심리를 억제할 수 있었지만 이제 라스트마일에서는 실제 통화긴축의 수요억제 효과가 얼마나 확인되느냐가 관건이다.

그렇다면 라스트마일은 결국 성장둔화 향방에 의존하며 경제 연착륙의 성공 여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이런 가운데 점차 물가안정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지금처럼 인플레 완화와 결부된 견조한 성장세가 오히려 '무결점 물가안정'(immaculate disinflation)에 가깝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사실 물가안정은 대체로 수요둔화, 즉 성장둔화와 결부되지만 공급개선의 경우라면 물가안정과 성장회복이 맞물리기도 한다. 물론 아직도 각종 지정학적 불안이나 기후변화 등에 따른 추가적인 공급충격의 소지가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마냥 안도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사실 공급충격의 항구화 가능성마저 고려하면 물가안정의 라스트마일은 다소 어폐가 있다. 중앙은행이 감당할 수 없는 공급불안에 맞서 물가안정을 고수하기는 어려운 탓이다. 도리어 지금은 기존 2%의 물가목표를 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현재 3% 내외로 완화된 물가를 수용하는 것이 경제관리의 운신 폭을 넓힐 수 있다. 대신 무결점 물가안정에 필요하지만 계속해서 물가와 경제불안을 자극하는 공급충격의 완화, 즉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라스트마일은 그저 물가안정만이 아니라 경제의 연착륙 또 성장력 회복에도 결정적인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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