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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원짜리 알리선 2000원"…중국 '직구' 외면할 수 있을까?[차이나는 중국]

언론사 : 머니투데이 │ 보도일시 : 2024. 04. 21

기사 원문 링크 : http://news.moneytoday.co.kr/view/mtview.php?no=2024041817512119098&type=2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2005년 1월 1일 미국 프리랜서 기자 사라 본지오르니의 가족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1년간의 불매운동에 돌입했다. 급성장하는 중국 경제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서 살 수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지오르니는 1년 실험을 통해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제품 없이 살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선글라스를 잃어버린 남편 케빈은 새 선글라스를 사려했지만, 중국산이 아닌 제품은 너무 비싸 지갑을 열지 못했다. 나중에 케빈은 어린이 놀이방에서 장난감 선글라스를 슬쩍 했다가 들켜서 곤욕(?)을 치른다. 4살짜리 아들 웨스의 스니커즈를 찾는 데는 2주가 넘게 걸렸는데, 15달러짜리 중국산을 피하려다 보니 70달러짜리 스니커즈를 살 수밖에 없었다.

본지오르니가 중국산 제품의 보이콧 과정을 정리한 '메이드인 차이나 없이 살아보기(A year without "Made in China")'는 2007년 출판돼 전 세계적인 공감을 얻었다. 왜냐면 당시에도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기는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20년이 다 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국내 시장을 무섭게 잠식하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를 보면서 앞으로 "중국 쇼핑앱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국내 오픈마켓을 평정하고 있는 알리와 테무

알리익스프레스(알리)·테무 등 중국 e커머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앱 시장조사 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3월 알리와 테무의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각각 887만명과 829만명으로 2·3위를 차지했다. 특히 테무는 3월에만 이용자수가 248만명 늘어나는 등 폭발적인 증가세가 이어졌다.

국내 e커머스 업체 중 유일하게 쿠팡(3086만명)이 알리·테무를 넘어섰지만, 쿠팡은 직매입 위주이기 때문에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오픈마켓 형태의 알리·테무와는 사업 모델이 다르다. 중국 쇼핑앱 알리·테무가 한국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 지 불과 1년여 만에 11번가(740만명)·G마켓(548만명)·위메프(411만명)·티몬(380만명) 등 한국 오픈마켓의 MAU를 모두 따라잡은 것이다.

알리가 한국 시장 공략의 본격적인 포문을 연 건 지난해 3월 9일이다. 이날 알리는 서울 코엑스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면서 1~2주 걸리는 직구 상품 배송기간을 3~5일로 줄이고 1000억원을 한국시장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TV, 지하철역 등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마동석이 출연한 알리 광고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최근 쿠팡이 와우멤버십 월 회비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1% 전격 인상한 것도 알리·테무와의 경쟁에 대비해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1위인 쿠팡조차 알리·테무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의미다.



왜 중국 직구 바람이 부는 걸까?

알리·테무 이용자수가 급증하면서 중국 직구도 빠르게 늘고 있다.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이 된 지는 20년이 넘었는데, 왜 요즘 중국 직구 바람이 불고 있는 걸까?

2000년대 초반 저렴한 물건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중국의 제조업이 '메이드 인 차이나' 열풍을 가능하게 했다면, 현재 알리·테무 등 중국 e커머스 플랫폼을 통한 직구 열기는 한국 유통구조를 뒤흔들고 있다.

예컨대 중국 최대 도매시장인 이우에서 물안경은 800~900원, 스마트폰 투명 케이스는 1000원도 채 안 된다.

소매로 판매하는 알리에서는 스마트폰 투명 케이스를 2000원대 초반에 살 수 있다. 파는 입장에서도 이윤을 더 남길 수 있다.

또 한국 소비자도 그동안 중국에서 스마트폰 투명 케이스를 소싱해 국내 오픈마켓에서 판매하는 7000~8000원짜리 스마트폰 투명 케이스 대신에 알리에서 2000원대 초반 물건을 살 수 있어 이득이다. 가품(짝퉁)·저품질 논란에도 한국 소비자가 갈수록 알리 이용이 늘어나고, 오픈마켓 이용자 수는 줄어드는 이유다.

알리·테무 등 중국 e커머스 플랫폼이 중국 생산자와 한국 소비자를 다이렉트로 연결하면서 (중국)생산자 잉여와 (한국)소비자 잉여가 모두 늘어나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지금 여건에서는 이 추세를 거스르기 힘들다.

경제적 후생(economic welfare)은 소비자 잉여(consumer surplus)와 생산자 잉여(producer surplus)로 구성된다. 소비자 잉여란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지불할 용의가 있는 최고 가격인 유보가격(reservation price)과 실제 지불한 금액, 즉 시장 가격과의 차이다. 생산자 잉여는 상품의 판매 가격에서 생산비용을 빼고 얻는 이윤이다.

소비자 잉여는 가격이 하락하면 증가하고 생산자 잉여는 가격이 상승하면 증가한다. 그런데 알리·테무를 통해 한국 소비자는 한국 오픈마켓보다 싼 가격에 상품을 구매하고 중국 생산자는 물가가 싼 중국 국내보다 높은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면 둘 다 잉여가 증가한다.


지난해 16조원을 마케팅에 쏟아부은 테무

알리·테무 등 중국 e커머스 플랫폼이 수많은 중국 민영 수출기업, 즉 중국 생산자의 잉여를 증가시키고 있기 때문에 중국에서도 해외로 진출한 중국 e커머스 플랫폼은 호평을 얻고 있다. 지난 17일 중국 제일재경방송은 올해 1분기 중국의 크로스보더 e커머스(국경간 전자상거래)의 수출입 물량이 작년 동기 대비 9.6%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상하이에 소재한 한 물류업체 대표는 "알리·테무·쉬인·1688 등 중국 4대 크로스보더 e커머스 플랫폼이 매일 1만t이 넘는 상품을 수출하고 있다"며 크로스보더 e커머스 관련 매출이 거의 50% 늘었다고 덧붙였다.

중국 크로스보더 e커머스 플랫폼 중 알리보다 늦게 한국 시장에 진입했지만, 초고속으로 이용자를 늘리고 있는 테무의 핀둬둬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핀둬둬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재밌는 사실이 보인다. 2022년 9월 테무 출시 이후 마케팅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었다는 점이다. 2022년 3분기에도 핀둬둬의 판매 및 마케팅비용은 140억위안(약 2조6600억원)에 달했는데, 작년 4분기에는 무려 266억위안(약 5조원)으로 급증했다.

매출은 2022년 3분기 355억위안(약 6조7450억원)에서 작년 2분기 523억위안(약 9조9400억원)으로 늘더니 4분기에는 889억위안(약 16조8900억원)으로 급증했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매출이 2022년 2분기 이후 150% 늘었지만, 인건비 등 일반관리비는 분기별 10억위안(약 1900억원)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여금이 지급되는 2023년 4분기만 다소 늘어난 19억위안(약 3610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수치로 보면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작년 핀둬둬의 매출은 2476억위안(약 47조원)에 달했는데, 무려 822억위안(약 15조6200억원)을 판매 및 마케팅비용으로 지출했다. 인건비 등 일반관리비 지출이 매출의 1.7%인 41억위안(약 780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핀둬둬의 경영 효율성이 높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마케팅으로 매출이 증가하면서 다시 마케팅 비용을 늘릴 수 있는 선순환구조가 형성됐다. 결과는 우리가 날마다 인터넷에서 접하는 테무의 광고폭탄이다.

테무는 지난 2월 전 세계 1억2000만명이 시청한 미국 슈퍼볼 대회에서 광고비로 540억원을 쓸 만큼 파격적이면서 공격적이다. 기존 중국 기업과는 DNA가 다르다.

한국 e커머스 업체에는 쉽지 않은 상대다. 미국 나스닥증시에 상장된 핀둬둬의 시가총액은 1508억달러(약 208조원)으로 중국 e커머스 1위 업체 알리바바(1694억달러, 234조원)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두 회사의 시총은 국내 1위 온라인 쇼핑몰 쿠팡(404억달러, 56조원)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윈윈? 국내 시장이 맞은 위기…대응방안은 뭘까

그럼 국내 e커머스 업체들의 대응 방안은 뭘까?

우선, 한국 오픈마켓이 중국 상품을 직접 소싱해서 중국 생산자를 오픈 마켓에 입점시키는 방법이 있을 것 같다. 그동안 국내 e커머스 시장은 국내 업체들의 땅따먹기 경쟁이었다. 하지만 아마존에 의한 미국 직구 시장 확대에 이어 알리·테무 등 중국 e커머스업체가 국내 시장에 진입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국내 e커머스 업체들도 기존 방법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

그 다음으로는 해외 직구의 비용을 높이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해외 직구는 관세(8%), 부가세(10%)가 없을 뿐 아니라 인증 면제, 식품검역 면제 등 일반적인 수입신고보다 간단한 통관절차가 적용된다.

이에 대해 현재 1회 구매당 150달러인 면세 한도를 낮추고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 등 국내 인증 의무를 강화하는 방법이 가능하다. 이 경우 G마켓·11번가 등 국내 오픈마켓에서 활동 중인 소상공인(판매자)들이 해외 직구와 비교해 겪는 불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판매자 입지는 축소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중국 크로스보더 e커머스는 구조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했기 때문에 알리·테무 등 중국 e커머스 플랫폼의 영향력은 장기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메이드인 차이나 없이 살아보기'가 불가능하게 된 지 20년이 지났다. 얼마 안 있어 '알리·테무없이 살아보기(A year without "Ali and Temu")'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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