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용어와 개념을 명확하게 언론사 : 머니투데이 │ 보도일시 : 2025. 01. 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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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링크 : http://news.moneytoday.co.kr/view/mtview.php?no=2025011917315791224&type=2 |
[머니투데이 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우리가 아는 많은 문제가 용어와 개념의 혼란에서 발생한다. 때로는 대중을 혼란하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용어와 개념을 섞어 쓰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용어와 개념만 엄밀히 사용한다면 많은 문제가 허깨비처럼 펑하고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물론 이후 진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지만 용어와 개념의 혼란을 끊어내야 진짜 문제와 비로소 마주할 수 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자사주'라는 단어가 그런 혼란을 가져온다. 자사주, 혹은 자기주식이란 '특정 기업이 자신의 주식을 취득하는 것'을 뜻하는데 영어로는 'share buyback'이다. 그런데 '자사주 매입'이라고 검색하면 '○○○ 회장, 자사주 ○○○주 매입. 책임경영 실천'이라는 기사들이 눈에 들어온다. 경영진이 근무하는 회사의 주식을 개인적으로, 혹은 특정한 계획에 따라 매입한 경우인데 영어로는 'bought their own companies' stock'으로 buyback과는 전혀 다르다. 양자 모두 회사, 혹은 내부자가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생각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것은 공통된다. 하지만 양자는 엄연히 다르다. 회사의 자사주 매입은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을 줄여 주식 한 주, 한 주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주주환원'의 일종이다. 반면 경영진의 회사주식 매입은 그저 손바뀜이 일어났을 뿐으로 주식가치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러한 혼돈이 주주환원으로서 자사주가 갖는 큰 의미를 희석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은행이나 금융회사 분석 관련 흔히 혼용돼 사용되는 건전성과 적정성도 그렇다. 'Asset Quality'와 'Capital Adequacy'의 번역어는 각각 '자산건전성'과 '자본적정성'이다. 흔히 은행에 갖게 되는 많은 오해가 위의 두 개념을 잘못 생각한 데서 발생한다. 생각보다 자주 '자본건전성'이란 황당한 용어를 접하게 된다. 은행의 자산은 주로 대출로 구성되는데 대출자산의 경우 부실 여부가 관건이다. 대출의 부실 여부와 부실화 가능성을 계산해 산출된 지표가 자산'건전성'이다. 부실자산, 즉 못 받는 돈은 은행의 직접적 비용이다. 반면 자본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나머지로 정의되기 때문에 '건전성'을 따질 수 없다. 대출을 실행하기에 충분한 수준의 자기자본을 보유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자본'적정'성이 중요해진다. 자본적정성은 같은 돈을 벌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본이 필요하냐기 때문에 수익성을 직접적으로 좌우하게 된다. 원활한 자금공급을 위한 은행의 대출기능, 지나치고 무분별한 대출로 인한 은행의 부실화 여부, 대출여력 유지와 적정한 자본수준 확보를 위한 은행의 수익성, 그리고 앞으로 충실한 자본을 확보할 수 있게 하는 주주환원은 모두 이러한 두 개념의 평형상태에 달렸다. 그리고 평형을 위해서는 결코 넘지 말아야 할 한계가 있다. 흔히 말하는 '가짜뉴스'(fake news)의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가짜뉴스는 일반적으로 여론조작을 위해 뉴스기사 형식을 빌려 진짜 뉴스처럼 보이도록 만들어진 것을 말하는데 간단히 말하면 '뉴스 형식으로 만들어진 거짓말'이다. 꼭 거짓말까지는 아니더라도 혼란스러운 용어와 개념의 사용은 문제의 본질을 가린다. 그런데 형식논리에 가장 엄격해야 할 율사들 사이에서 용어와 개념의 비틀기가 난무하는 현실을 보면 더욱 난감해진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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